카카오뱅크가 국내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발판 삼아 글로벌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시장 안착에 이어 최근 태국에서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하며 동남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이라는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1위 모바일 뱅크를 넘어, 전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글로벌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카카오뱅크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견고한 국내 성장 기반, 글로벌 확장 동력으로 활용
카카오뱅크는 2025년 1분기 말 기준 고객 수 2545만명을 기록하며 단 1분기 만에 57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등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892만명,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는 1372만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고객 트래픽은 카카오뱅크가 단순한 금융 서비스를 넘어 고객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막대한 고객 트래픽은 카카오뱅크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국내 시장의 성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최근 글로벌 '가상은행' 시장으로 저변을 넓혀가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고 모바일 금융 침투율이 급증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디지털 금융 혁신 역량을 발휘하고 확장하기에 최적의 요충지로 꼽힌다.
한국에서 검증된 편리하고 직관적인 모바일 금융 서비스 모델이 동남아시아 현지 상황에 맞춰 성공적으로 이식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성공, 글로벌 도약 '주춧돌' 역할
카카오뱅크의 글로벌 확장 전략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카카오뱅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이자 IT 플랫폼인 '그랩(Grab)'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디지털은행 '슈퍼뱅크(Superbank)'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슈퍼뱅크는 1993년 설립된 상업은행인 '파마 인터내셔널 뱅크(파마뱅크)'를 전신으로, 지난해 디지털은행으로 공식 출범하며 새로운 금융 모델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의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상품·서비스 기획 및 사용자경험(UX)·사용자인터페이스(UI) 자문 등에 직접 참여하며 자사의 성공적인 모바일 뱅킹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했다. 그 결과, 슈퍼뱅크는 출범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고객 수 300만명 이상을 확보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는 인도네시아 내 각종 디지털 뱅킹 혁신성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대표적인 소액 저축 상품인 '저금통'을 차용한 슈퍼뱅크의 소액 저축 상품은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로부터 '올해의 가장 혁신적인 금융상품상'을 수상하며 그 상품성과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슈퍼뱅크의 성공은 카카오뱅크가 단순히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현지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디지털 금융 모델을 성공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다른 국가로의 진출에도 긍정적인 레퍼런스가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에 이어, 카카오뱅크는 최근 태국 정부로부터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진출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25년 만에 한국계 은행이 태국 시장에 재진출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국내 금융권의 글로벌 위상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태국 현지에는 한국계 은행 진출이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금융사는 1990년대 태국에 거점을 다수 확보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 모두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한국 은행들은 태국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카카오뱅크가 현지 주요 금융지주사와 손잡고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업계에도 의미가 있으며, 이는 카카오뱅크의 저변 확대 뿐 아니라 태국 내 금융 취약 계층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태국에 설립될 가상은행에 2대 주주로 참여할 예정이며,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에서와 마찬가지로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지화에 최적화된 SCBX, 위뱅크 등과 협업해 기술력과 기획 역량을 태국 금융 시장에 빠르게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지분 참여를 넘어 핵심적인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제공함으로써 태국 가상은행의 성공적인 안착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태국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맞물려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한 잠재 수요가 매우 큰 국가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시장 진출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동남아시아의 주요 경제 허브를 연결하는 강력한 디지털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형 챌린저 뱅크 모델의 글로벌 확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시장은 동남아시아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며, 카카오뱅크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카카오뱅크가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비전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이러한 글로벌 행보는 국내 시장의 포화와 갈수록 복잡해지는 규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성장 활로를 모색하는 동시에, K-금융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은행들이 지점망 기반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해왔다면,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기반의 혁신적인 디지털 뱅킹 모델을 해외 시장에 직접 이식하며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해외 진출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현지 유력 IT 플랫폼과의 협력, 그리고 직접적인 기술 및 서비스 기획 참여를 통해 현지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카카오뱅크의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전수하는 방식은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선 파트너십 기반의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적극적으로 글로벌 확장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면서 "다만 이제 첫 발을 내딛은만큼 시기나 국가, 진출 방식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미 진출한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과 새로운 국가로의 진출 두 가지 방향성 모두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