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은행들의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영업망을 확대하며 정책금융 수행 범위를 넓히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하노이지점 설립 본인가를 획득했다. 지난 2019년 7월 인가를 신청한 지 약 6년 반 만에 거둔 결실이다. 2021년 이후 외국계 은행에 지점 설립 인가가 발급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산업은행은 하노이지점을 통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은 물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에 화력을 집중, 단순한 지원 창구를 넘어 현지 금융시장의 ‘장기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기업은행 역시 베트남 법인 설립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 인가를 신청한 지 약 8년 만에 베트남법인 인가 착수를 승인받고, 올해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하노이·호치민 지점을 통합해 현지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법인으로 전환되면 자본금 확충을 통해 현지 진출 한국계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이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
국책은행의 해외 진출은 수익성 중심의 시중은행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안착과 성장을 돕는 ‘정책적 역할’이 핵심이다.
진출 지역 역시 한국계 기업이 다수 포진해 기업금융 수요가 크거나, 국가 차원의 전략적 해외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만개 이상의 한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은 안정적인 기업금융 수요와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이라는 평가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베트남을 포함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단순 확장이 아닌 ‘내실화’에 방점을 두고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책금융 수행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자산 확대와 수익성 강화 역시 병행 과제로 꼽힌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해외 점포 전체 자산은 2024년 말 기준 약 49조원으로, 2020년 22조원 대비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총자산 대비 해외자산 비율은 같은 기간 10% 미만에서 14%에 근접했으며, 총수익 대비 해외수익 비율은 5% 내외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해외자산도 2020년 10조원 미만에서 2024년 18조원까지 확대됐다. 2024년 말 기준 해외자산 비율과 해외수익 비율은 각각 4%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의 해외자산 비율은 수익성만 놓고 보면 다소 낮은 수준일 수 있으나,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감안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는 수익성뿐 아니라 전략적인 고려를 감안한 성과평가를 충분히 반영하고, 국외지점들의 경우 본점과 동일한 업무취급기준이 아닌 현지사정에 맞게 금융지원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유연한 기준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